BlueChokeberry
Blue Chokeberry - NAVY EGO


2022년 4월 30일
| 덥덥이 형과 처음 만났다. 고등학생 때도 들었던 목소리였다.

2022년 6월 25일
| 13년지기 친구와 해운대에 가서 밤에 바다를 보았다. 이름 모를 새들 아래로 파도가 꽤나 세게 쳤다.

2022년 7월 6일
| 모텔에서 혼자 잤다.

2022년 10월 23일
| 격 형과 처음 만났다. 고등학생 때도 들었던 목소리였다.

2022년 11월 12일
| 생일을 맞아 친구들과 술을 마셨다. 그 중 한 명이 내 앨범이 언제 나오냐고 물어봤다. 가사를 다 썼다고 답했다.

2022년 11월 28일
| 앨범을 처음부터 다시 만들기로 다짐했다. 랩의 가사를 두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다고 여기는데, 1. 순간적인 표현들과 2. 전반적인 주제와 내용이 그 둘이다. 앨범 전반에 서사가 있는 것이 더 멋있다고 느꼈던 어릴 때와는 달리, 지금의 나는 순간의 표현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쪽에 더 무게를 싣고 싶어한다.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르다기보다는, 그저 내 취향이 그렇게 변화했을 뿐이다. 서사 위주로 작사했던 지난 5달의 실패를 미련 없이 인정했다.

2022년 12월 25일
| 크리스마스다. The Alchemist와 Roc Marciano의 명작 The Elephant Man’s Bone을 틀어 놓고 내 앨범 2번 트랙 가사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와인을 마셨다. 긍정적인 감정도 부정적인 감정도 크지 않은 나지만, 오늘만큼은 행복했다.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

2023년 1월 28일
| Ka – Honor Killed the Samurai를 들었다. 그가 컨셉츄얼한 앨범, 드럼리스 프로덕션을 통해 뉴욕 언더그라운드의 터줏대감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지만 그 이전에 기본적으로 랩을 굉장히 잘 하는 사람이다. 특히 마디 끝에 라이밍을 하고 호흡하는 기본 구조를 거의 완벽히 지키면서도, 그 마디 내에서 다른 종류의 서브라임을 2개씩 쓰는 라임 스킴은 경이롭다.

2023년 2월 22일
| The truEAST의 1주년이다. 어제는 권설을 만났다. 둘이 랩 이야기와 프리스타일을 했다. MC가 음원과 앨범으로만 자신을 증명해야만 한다는 규칙은 어디에도 없다. 처음 등장할 때부터 프리스타일로 엄청난 임팩트를 남긴 내 친구를 만날 때마다 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워간다.

2023년 3월 20일
| ELUCID – I told Bessie의 LP 피지컬이 오늘 집으로 배송되었다. Armand Hammer에서 더 인지도가 높고 고평가를 받는 쪽은 Billy Woods이지만, 나는 개인 감정에 더 많이 집중하는 ELUCID의 가사와 프로덕션에 더 많은 영향을 받았다. 물론 Billy Woods도 엄청난 래퍼이다. Aethiopes의 수록곡인 Remorseless는 아마 내가 2022년에 가장 많이 들은 힙합 곡일 것이다.

2023년 4월 22일
| 수건걸이와 형광등을 아직 안 고쳤다. 안 뜯은 택배가 문 앞에 7개 쌓여 있다. 말 못하는 동물들과 나 사이에 차이점이 하나 있다면, 그것은 나는 말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. 물론 조금 더 리듬이 느껴지도록.

2022년 4월 30일
| SRS에 갔다. 덥덥이 형, 격 형이 게스트로 공연을 했다. 내가 피쳐링한 Homo Drumiens는 공연하지 않았지만, 프리스타일을 실컷 했으니 만족스러운 하루였다. Arkestra는 엄청난 앨범이다. 랩의 기술이 어떻고, 드럼이 어떻고 등을 떠나서 그런 장르의 앨범이 국내에서 나왔다는 것 자체가 너무 멋있고 의미 있다. 그리고, 몇 달 뒤면 난 이 말을 내 앨범에 대해서도 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.

2023년 5월 8일
| 한 번의 사과를 하고 한 명의 친구가 생겼다. 100명과도 바꿀 수 있는 그런 친구다. 삶이 미궁 속으로 흘러가고 있을 때 서로를 깊게 이해하는 친구 한 명의 존재가 얼마나 값진지, 경험해보지 않은 이들은 모를 것이다. 우리는 어쩌면 다음 내 앨범에서 같이 작업하게 될지도 모르겠다. 우리가 각각 열아홉 살과 열일곱 살일 때 불 꺼진 예지관 3층 계단에서 꿈꾸었던 것처럼.

2023년 6월 7일
| 앨범 참여진들 중 유일하게 나보다 어린 레온 타란티노는 멋있는 면모가 많은 사람이다. 그가 가지고 있는 지식과 지식에 대한 열망 등을 떼놓고 보아도 그렇다.

2023년 6월 10일
| 오후 7시쯤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술을 마셨다. 한 번도 밤을 새 술을 마셔 본 경험이 없었는데, 이번 앨범 작업하면서만 그걸 3번 했다. 나름 재미있다. 본격적인 녹음을 시작하기 바로 전이라 더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른다.

2023년 6월 22일
| 요즘은 말보다 랩이 자연스럽고 편한 것 같다.

2023년 7월 6일
| 모든 녹음을 마무리했다. 녹음을 끝내고 멍하니 바라본 작업실 벽에는 Navy Blue – Moment Hung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이 붙어 있었다. 이후, 집에 와서 혼자 잤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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